지스타 2014에서 B2B 관에 들어가자마자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록맨 1편의 리메이크 작품인 ‘록맨 록맨’의 캐릭터들이 그려진 포스터였다. 그거 그대로. ‘왜 저게 저기에 있지?’하는 심정으로 가서 확인했던 그때가 바로 제노아이라는 개발사와 ‘록맨 고고’에 대해 처음 알게 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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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B2B 관에서 봤던 록맨 고고>



글을 통해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화가 났다. ‘내 록맨은 이렇지 않아!’하는 마음에서다. 단순히 록맨의 이름을 빌린, 처음만 떠들썩한 그저 그런 게임이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지스타 2014가 끝나고 난 후 바로 연락을 해 인터뷰 일정을 잡았고, 게임이 출시되는 날인 30일 제노아이 김정수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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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아이 김정수 대표>



록맨으로 게임을 만들게 된 건 2013년 맺은 캡콤과의 인연 덕분
제노아이는 2012년 YNK에서 ‘스팅’을 만들던 개발자들이 나와 설립한 회사다. 그동안 눈에 띄는 성과도 없었고, 때문에 유저들의 입장에서도 생소한 회사일 것이다. 기자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어떻게 중소 개발사가 일본 대기업인 캡콤과 함께 일하게 됐고, 거기에 주력 IP인 ‘록맨’으로 오리지널 게임을 만들게 됐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에 김정수 대표는 제노아이가 캡콤과 함께 일하게 된 것부터 이야기했다.

“국내에 마계촌 기사열전, 몬스터헌터 다이나믹 헌팅, 스트리트파이터 HD, 역전재판 등 캡콤 모바일 게임 7개가 출시됐었다. 표면상으로는 캡콤 코리아가 출시한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 일본 본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당시 캡콤에서 해당 게임들을 안드로이드로 이식할 수 있는 회사를 찾지 못하다가, 우연히 우리와 연결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그때, 캡콤에서 골머리를 썩이던 것을 해결해준 덕분인지 인정받게 됐고, 국내 회사로는 유일하게 캡콤의 세컨드 파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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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에 출시됐던 이 게임들이 제노아이의 손길을 거친 게임들이다.>



캡콤의 세컨드 파티가 되면, 캡콤의 IP를 가지고 오리지널 타이틀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세컨드 파티인 제노아이가 만든 록맨 고고 역시 캡콤에서 인정하는 오리지널 IP의 게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세컨드 파티가 됐다고 해도 바로 록맨이라니,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록맨이었을까? 제노아이가 록맨으로 게임을 만들게 된 것은, 한국의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형태로 만들어줬으면 하는 캡콤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김정수 대표는 이런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록맨은 캡콤의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IP이고, 그런 만큼 내부에서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IP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나후네 케이지의 퇴사로 록맨을 섣불리 손댈 수 없는 상황이고, 다른 회사들 역시 세간의 반응 때문에 이를 건드리려고 하지 않았다. 오랜 기간 이어온 IP로 게임을 만들면, 기존 팬들의 거센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정설로 굳어져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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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당일 유명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 유저들의 반응 중 일부. 싸늘하다.>


그런 IP인 만큼, 제노아이에서는 개발에 대한 부담도 컸다고 한다.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게임의 타겟층이다. 기존 록맨 팬을 타겟으로 한다면, 지금까지의 고난도 액션게임으로서의 록맨을 만들어야 했다.

“처음에는 기존 록맨 팬을 대상으로 한 게임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가 발목을 잡았다. 고난도의 액션 게임인 록맨을 스마트폰에서 하게 되면…(한숨) 직접 만들어봤는데, 아무리 해도 할 만한 게임이 나오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사양도 충분하고, 캡콤으로부터 받은 자료도 있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PSP로 나온 ‘록맨 록맨’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그러면 너무 큰 프로젝트가 돼버리고 스마트폰 인터페이스로는 PSP의 느낌을 따라갈 수 없는 문제도 있었다.”

이전 록맨 게임들처럼 만들 수는 있지만,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에서 달리면서 쏘고 점프하는 고난도의 액션 게임을 구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록맨 고고는 달리는 것은 자동으로 하고, 좌우 이동과 점프, 슈팅에 대한 조작만 하면 되는 ‘러닝 게임’의 모습이 됐다.


원작 시나리오 풀어낸 ‘서비스 시나리오’로 록맨의 느낌을 살릴 것
기본적으로 러닝 게임이 된 만큼, 록맨 고고는 확실히 액션 부분에서는 록맨 느낌을 주기 어렵다. 록맨 고고는 어떻게 원작 느낌을 주려고 했을까?

먼저, ‘록맨 고고’는 먼저 각각의 캐릭터들의 고유 특징을 살리는 것에 집중했다. 원작에서 보스 무기의 상성을 노려 공격하거나 스테이지의 퍼즐을 풀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각 캐릭터마다의 공격 방식, 버스터 스킬에 차이를 둬서 캐릭터별 밸런스와 난이도를 조절했다. 김정수 대표는 캐릭터마다 플레이 영상을 공개한 것도 그런 것을 보여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록맨 고고의 유료화 모델도 이와 맞물려 있다. 현재 록맨 고고의 플레이 목적은 메모리 카드를 획득해 그것을 강화하고, 또 새로운 캐릭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캐릭터 수집은 스테이지 클리어로도 가능하지만, 과금을 하면 더 쉽게 수집할 수 있다. 단순히 강화를 넣고, 강한 캐릭터 하나만 쓰면 끝이라는 식으로 밸런스를 하면 원작이 깨지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캐릭터 밸런스를 맞추는 데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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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카드로 캐릭터의 성능을 보강할 수 있다. 캐릭터 자체를 강화시키는 시스템은 아니다. 유료 아이템 단가는 최근 모바일 게임에 비하면 저렴한 편>



“앞서 말했듯 캐릭터의 공격 방식과 특성이 다르다. 단순히 공격력만 조절하는 식으로 밸런싱 하게 되면 원작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공격 방식, 플레이 패턴, 스킬 성능 등을 모두 고려해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특히 힘들었다. 오일맨, 타임맨으로 예를 들면, 오일맨은 오일슬라이드, 타임맨은 3-WAY 샷을 쏘는 캐릭터다. 오일맨은 대미지도 강하고 시간 단축에도 도움이 되지만 조작이 힘들고, 타임맨은 편하지만 대미지가 약하다. 가장 좋은 캐릭터가 있다면 강하고 편리하겠지만, 그게 꼭 베스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으로, ‘록맨 록맨’의 스토리를 풀어 운영에 접목시키고, 록맨 고고 플레이에 목적을 부여했다. 보스 캐릭터를 물리쳐서 구해내는 ‘록맨 록맨’의 스토리 라인처럼, 록맨 고고 서비스 초반에는 다양한 보스 캐릭터를 수집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와이리 박사와 대결하게 되는 식으로 서비스의 흐름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게임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유저에게 목적을 준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이 퇴색돼버린 느낌이다. 우리는 확실한 목적을 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오픈하고 강화해 힘을 키우고 2차 업데이트를 통해서 와이리 박사와 대결하고 전투하는 것을 ‘서비스 시나리오’로 설정했다.”

록맨 고고는 단순히 록맨의 요소를 러닝 게임에 우겨 넣는 것이 아니라, 록맨을 스마트폰 게임으로 풀기 위해 강수를 뒀다고 할 수 있다. 김정수 대표는 “지금은 호응할 수 없는 유저들이 많겠지만, 나중에는 이해해주는 유저도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국 게임에 대한 판단은 유저들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마케팅에 따라가는 운영은 하지 않을 것
30일 출시된 록맨 고고는 조용했다. 유명 IP를 사용한 만큼 마케팅만 떠들썩하게 할 법도 한데 그렇지도 않고, 조용히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입점시켜뒀을 뿐이었다. 김정수 대표는 “이에 마케팅에 집중하기 보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게임 운영에 더 집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표방하는 것은 웰페어 게임이다. 스트레스를 적게 주면서도 공평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목표다. 과한 마케팅을 통해 유저들에게 록맨이라는 IP를 강요할 생각은 없다. 게임 홍보와 관련해서는 차근차근, 조금씩 늘려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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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김정수 대표에게 앞으로의 각오에 관해 물었다.

“게임 개발이나 운영에서 정답은 없다.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 그런 마음가짐으로 서비스해나가다 보면 좋아하는 유저들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내놓는 게임을 어떻게 즐겨달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유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즐기느냐에 맞춰 개발하는 것이 게임 개발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담담하게 말하는 김정수 대표에게서, 다른 IP 게임처럼 반짝 하고 사라지는 게임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서비스 시나리오’대로 운영될 ‘록맨 고고’가 록맨 시리즈의 새로운 희망이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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