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인류에게 미지의 공간이자 정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했다. 바다를 제패한 나라가 세계의 열강으로 떠오를 만큼 바다는 중요하고 그런 이유로 바다를 장악하려는 싸움은 치열하게 벌어졌다.

당연히 치열한 전투는 게임의 소재로도 매력적이다. 수많은 전투는 수많은 군함, 무기, 전략, 전술을 낳았고 그 서사는 게임으로 쓰기에 참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개봉한 한산. 조선 바다를 제패한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얼마전 개봉한 한산. 조선 바다를 제패한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전을 소재로 한 게임 중 흥행에 성공한 게임은 드물다. 배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고 바다 역시 그 자체로 거대하지만 인간에게는 한정적 공간밖에 허용하지 않아 유저가 다양한 체험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력적이면서도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해전을 소재로 한 게임들에 대해 알아봤다.

 

해전게임의 시조새 네이비필드

국내 해전게임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은 온라인 해전 게임 시조새. 월드오브워십과 월드오브탱크의 모티브가 되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호평을 받은 게임으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여러 국가의 함선들과 다양한 전략, 훌륭한 타격감으로 30년간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장수 게임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호응을 이끌어낸 네이비필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호응을 이끌어낸 네이비필드

고증도 상당히 잘 되어있어 전세계 밀리터리 덕후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전설의 반열에 오른 막장 운영과 극단적 P2W(Pay to Win) 시스템으로 많은 유저가 등을 돌리며 쇠락의 길로 접어 든다.

후속작과 모바일 버전이 출시되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여전한 지지를 보내는 코어 유저층이 있어 지금도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는 장수 온라인 게임이다. 

 

함선은 거들 뿐 모바일 해전 게임

모바일 플랫폼 해전게임은 대체적으로 무늬만 해전일 뿐 가챠 게임이 대부분이다. 마치 수많은 삼국지 관련 게임과 비슷하며 특히 방치형 게임의 소재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개성 있고 다양한 캐릭터가 필수인 가챠 게임에서 분명 함선은 훌륭한 레퍼런스가 된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해전에 참전한 전함은 그 자체로 훌륭한 서사를 가지고 있고 각각의 개성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해전 게임은 전투보다는 전함에 초점을 맞춘 가챠게임이 대부분이다
모바일 해전 게임은 전투보다는 전함에 초점을 맞춘 가챠게임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전함이라는 소재는 다소 대중성이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밀리터리에 관한 지식이 없는 다수의 유저들에게 전함이 가진 서사나 개성을 느끼기는 어렵다. 미국의 엔터프라이즈 호가 구축함인지 항공모함인지 모르는 유저가 태반이다. 삼국지의 여포하면 대부분의 유저가 맹장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데 엔터프라이즈 호를 보고 어떤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는 유저의 수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전함을 소재로 삼은 가챠 게임의 한계다.

그래서 변형된 전함 가챠 게임이 등장하기도 한다. 전함을 사람화 시킨, 이른바 전함 모에화 게임이 그렇다.

벽람항로

함선의 모에화 모바일 게임으로 인기를 끌었던 벽람항로.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세계 각국의 유명 함선들을 모에화한 모바일 슈팅 게임이다. 

특징적인 것은 함선 모에화 뿐만 아니라 게임의 스토리 역시 2차세계대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함을 의인화한 벽람항로. 미국의 유명 항모 엔터프라이즈도 등장한다
전함을 의인화한 벽람항로. 미국의 유명 항모 엔터프라이즈도 등장한다

독일을 모티브로 한 가상국가 ‘메탈 블러드’와 일본을 모티브로 한 가상국가 ‘사쿠라 엠파이어’가 적으로 등장하며, ‘진주만 공습’, ‘산호해 해전’, ‘미드웨이 해전’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해전을 소재로 삼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하자 메인 시나리오인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과의 해전이 은근슬쩍 사라졌다는 점이다. 태평양 전쟁의 주요 해전이 이름만 등장하거나 대충 배경만 설명하는 식으로 바뀌며 그저 그런 미소녀 게임으로 전락해버렸다. 

대항해시대 오리진

대부분의 모바일 플랫폼 해양게임이 가챠 위주의 방치형이거나 의인화한 미소녀 게임인 것에 비해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깊이 있게 항해를 다룬 모바일 게임이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모바일 플랫폼임에도 항해, 전투, 교역 등 깊이 있는 해양 게임의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모바일 플랫폼임에도 항해, 전투, 교역 등 깊이 있는 해양 게임의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원작 대항해시대2와 대항해시대 외전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여길 수 있지만 해류나 도시의 특징을 더욱 사실적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점, 그리고 대항해시대에 등장한 여러 함선들의 특징을 잘 구현해 낸 점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긴 항해 시간과 초반 배워야 할 것이 많아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 게임의 태생적 특징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긴 하지만 전형적인 뽑기 게임을 버렸다는 시도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는 기원전 431년 고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는 육상전투가 주를 이루지만 해상전투도 재미있게 잘 구현되어 있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주무대는 당연히 육지지만, 해상 전투도 상당히 재미있게 구현되어있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주무대는 당연히 육지지만, 해상 전투도 상당히 재미있게 구현되어있다

배를 들이 받거나, 화살을 날리는 등의 전투방식과 적의 배에 뛰어들어 적들을 섬멸하는 해상전은 마치 영화 300 제국의 부활 속 전투를 보는 듯 하다.

해적은 물론 아테네, 스파르타 배들과 전투를 할 수 있으며 좋은 선원 등용과 함선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커스터마이징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월드 오브 워십

월드 오브 워십은 현재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온라인 밀리터리 해전 게임으로 월드 오브 탱크, 월드 오브 워플레인에 이은 워게이밍의 밀리터리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월드 오브 워십은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의 전함이 등장한다. 실제 전쟁에 투입된 전함은 물론 완성되지 않았던 전함도 각종 서적, 사진, 공적 문서를 샅샅이 뒤져 최대한 고증에 힘썼다. 고증에 대한 이런 노력은 많은 밀리터리 유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고증에 최대한 신경을 썼지만 게임이기 때문에 실제와 다른 부분도 있다. 실제 전함의 움직임보다 더 빠르다거나 접근전이 벌어지는 등 실제 해전과는 다른 모습이 있다. 이는 밸런스, 게임의 재미를 위해 타협을 한 것이라 생각된다. 너무 사실적이기만 해서는 재미를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육중한 전함이 움직이기 때문에 전투가 다소 느리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빠른 게임이 주류인 시대에서 월드 오브 워십의 전함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육중한 기체를 조종해 기뢰를 피하거나 수십문의 대포가 적 함에 적중했을 때 주는 쾌감은 이를 상쇠할 만큼 큰 쾌감을 준다. 다른 게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재미다.

올해 7주년을 맞아 다양한 리뉴얼과 신규 전함, 잠수함이 등장할 것으로 예고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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