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게임으로 불렸던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이하 카트라이더)’가 3월31일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18년을 이어온 장수 게임이 역사의 뒤안으로 물러나고 새로운 카트라이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신구 세대교체가 얼마나 매끄럽게 이어질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이 퇴장을 앞두고 있다.

3월31일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카트라이더
3월31일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카트라이더

돌풍의 카트라이더, 스타크래프트를 뛰어 넘다

2004년 출시된 카트라이더는 2001년 출시된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스핀오프 게임이다.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하며, 타이틀 명에도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명시하며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카트라이더는 크레이지 아케이드 스핀오프 게임이었다
카트라이더는 크레이지 아케이드 스핀오프 게임이었다

스핀오프였지만 카트라이더는 원작을 뛰어넘으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당시 게임인기의 바로미터는 PC방 순위였다. 물론 지금도 PC게임에 있어 PC방 순위는 중요한 척도로 여기지지만 지금처럼 스팀이라는 플랫폼이 고도화되지 않았었던 때였기 때문에 PC방 순위는 게임의 인기를 절대적으로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그리고 PC방 순위를 최상단에 있었던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였다. 1998년 이후 한 번도 왕좌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국민게임이었다.

명실상부 국내 게임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작 스타크래프트
명실상부 국내 게임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작 스타크래프트

그런 스타크래프트의 아성을 최초로 무너뜨린 게임이 카트라이더다. RTS, RPG가 게임판을 장악하고 있던 시절에 캐주얼 그것도 비주류인 레이싱 장르가 정점에 설 것이라 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카트라이더의 1위 등극은 일대 사건이었다.

카트라이더는 간편하고 직관적인 컨트롤과 귀여운 캐릭터로 크게 어필했다. 무엇보다도 유저간 대전방식은 수많은 유저들을 PC방으로 불러모았고 특히 여성유저들에게도 어필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국민게임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e스포츠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e스포츠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e스포츠로서의 행보도 거침없었다. 국산게임 중 최초로 정규 e스포츠 대회를 개최했으며, 제1회 ‘Coke PLAY배 카트 리그’ 예선에는 무려 약 300만명의 인원이 참여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달도 차면 기운다

 승승장구하던 카트라이더 역시 세월은 이기지 못했다. 해가 지남에 따라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카트라이더가 쉬운 컨트롤이긴 하지만 파고들면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초반 비슷했던 실력이 확연하게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라이선스 시스템이 있어 실력에 맞게 매칭이 되었지만 2011년 라이선스 시스템이 없어지고 속도별 채널을 나누게 되면서 상위 유저들과 하위 유저가 뒤섞이게 되었다. 당연히 하위유저들이 상위유저를 이길 수 없었고 점차 게임을 떠나는 유저들이 늘어났다.

2019년 다시 라이선스 시스템이 부활했지만 이미 게임상에 유저가 많이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게임 진행이 전처럼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새로 유입되는 유저는 여전히 승리가 어려웠고, 기존 유저들은 강퇴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9년 15주년을 맞아 대규모 업데이트 등을 통해 반등에 성공했으나 오래 가지 못했다
2019년 15주년을 맞아 대규모 업데이트 등을 통해 반등에 성공했으나 오래 가지 못했다

핵 사용 문제도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넥슨 역시 핵 사용자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등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게임 자체가 너무 오래되었다는 것에 있었다. 핵은 이미 날아다니는 수준이었지만 정작 게임은 기어다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핵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더불어 18년이 지나며 이제는 그 수명을 일찌감치 다한 엔진 문제 역시 심각했다. 해상도 변경 이슈와 각종 버그들은 물론 신기술 적용이 어려워 확장성을 거의 기대하기 어려웠다.

 

다음 세대로

넥슨은 결단을 내린 듯하다. 18년 동안 넥슨의 상징과도 같았던 카트라이더를 역사의 뒤안으로 보내는 것을 결정했다.

카트라이더는 이제 3월 31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그 유산을 새로운 카트라이더가 이어가려 한다.

아마도 넥슨의 파격적인 선택의 배후는 앞서 언급한 여러 문제들 때문일 것이다. 카트라이더 개발을 총괄한 조재윤 디렉터 역시 “게임 자체가 노후화돼 아무리 업데이트를 통해 보완하고 개선한다고 해도 그 한계가 명확하고, 카트라이더를 꾸준히 즐기는 유저와, 새로 유입하는 유저의 격차가 무슨 수를 써도 메워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종료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18년 동안 서비스되고 있으며, 유저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카트라이더를 즐기는 유저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 종료라는 결정은 분명 힘든 결정임엔 틀림없었을 것이다. 환불 등의 또 다른 비용이 들게 되었고 기존 카트라이더 유저들을 달래야 하는 숙제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트라이더 종료 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오픈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수긍하는 모양새다. 18년이나 지속되어온 카트라이더가 이제 수명을 다했다는 것을 유저도 알고 있고 다음 세대에 대한 기대가 지금의 카트라이더 종료의 아쉬움보다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절대적인 흥행 IP(지식재산권)를 이어받았지만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헤쳐 나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흥행작인만큼 그것을 뛰어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유저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매칭 시스템, P2W(Pay To Win) 제거, 카트라더의 황구 카트 같은 재미있는 카트 바디 제공 및 기존의 트랙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만의 새로운 트랙도 서비스될 것이라 밝혔다. 카트라이더를 계승하며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일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점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다.

과거 PC방에서 삼삼오오 모여 레이싱을 즐겼던 추억이 사라지는 것은 분명 아쉽지만, 한편으로는스스로 왕관을 벗은 카트라이더의 선택이 멋있게 느껴진다. 

 

과거의 영광은 영광으로 추억하고 새로운 카트라이더의 시대를 열겠다는 것은 카트라이더를 재미있게 즐겼던 팬으로서는 다시한번 설렘을 갖게 한다. 만약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카트라이더를 뛰어넘는 재미를 선사한다면 카트라이더는 불멸의 게임으로 기록될 것이라 확신한다.

국내 게임 시장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쏠리면서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과거 집에서 PC방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즐겼던 그 모습 그대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길 기대하며 또 한번 전 국민이 사랑하는 게임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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