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과정에서 1990년부터 2000년대 초반을 겪은 게이머라면, PC 패키지 게임에 대한 추억이 하나쯤은 있으리라 봅니다. CD에 담기는 일이 많아 'CD 게임'이라 부르기도 했던 PC 패키지 게임들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약 10년의 세월 동안 게이머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즐겼던 PC 패키지 게임의 추억은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게이머의 마음 속에 남아 있죠.

하지만 그 추억을 지금 다시 꺼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빠르게 급변하는 시장 상황 탓에 당시의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게임의 스크린샷이나 영상은 고사하고, 패키지 이미지나 출시 일정, 출시 당시 가격을 찾는 것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자료가 많이 남아 있어서 지금도 누구나 쉽게 많은 정보를 손에 쥘 수 있는 8~90년대 일본 콘솔 게임들과 비교하면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PC 패키지 게임의 흥망성쇠를 기억하는 이들이, 그때의 기록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거든요. 한빛미디어가 2023년 1월 16일 출간한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은 그런 노력의 결정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은 과거 30년 모은 PC게임 267개를 1억에 판다는 글을 올려 이목을 끌었던 게임 개발자 장세용 씨가 과거 게임의 족적을 찾아 아카이빙을 지속해온 게임 개발자 오영욱 씨, 그리고 월간 게이머즈의 수석기자이자 최근엔 레트로 게임 퍼펙트 카탈로그 시리즈의 옮긴이로도 알려진 조기현 씨와 함께 기획, 집필한 책입니다.

1992년부터 2004년까지 발매된 수많은 PC 패키지 게임 중 주목할 만한 94개 작품을 선정해 패키지 일러스트와 게임에 대한 소개, 당시 PC 패키지 게임 시장을 되돌아보는 3명의 저자의 칼럼, 그리고 게임을 제작한 개발자들의 개발 비화 등을 담은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또, 텀블벅 펀딩 참여자에게 제공된 '한정판 도록'에는 본편에 실리지 않은 패키지 사진과 영상물등급위원회 기준 국내 발매 게임 목록이 실려 있습니다.

본품과 한정판 도록이 포함된 패키지로 구입했습니다.
본품과 한정판 도록이 포함된 패키지로 구입했습니다.
비닐을 뜯어 뚜겅을 열면, 이렇게 가지런하게 들어가 있는 걸 볼 수 있죠. 한정판 도록은 누드 제본 방식이 측면이 부실해보일 뿐, 실제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비닐을 뜯어 뚜겅을 열면, 이렇게 가지런하게 들어가 있는 걸 볼 수 있죠. 한정판 도록은 누드 제본 방식이 측면이 부실해보일 뿐, 실제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꺼내면 이런 모습입니다.
꺼내면 이런 모습입니다.
본편부터 봅시다. 처음엔 저자들의 머릿말과 소개글이 적혀 있습니다.
본편부터 봅시다. 처음엔 저자들의 머릿말과 소개글이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책에 나온 정보의 출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페이지로 간략하게 적혀 있지만, 이 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료 조사의 과정은 책 한권으로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책에 나온 정보의 출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페이지로 간략하게 적혀 있지만, 이 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료 조사의 과정은 책 한권으로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네요.
목차입니다. 연도 별로 게임과 칼럼, 인터뷰를 묶었습니다.
목차입니다. 연도 별로 게임과 칼럼, 인터뷰를 묶었습니다.
각각의 게임은 패키지 사진, 게임 스크린샷, 게임의 출시일, 사양, 저작권자 등 게임의 기본 정보와 함께, 해당 게임의 의의나 출시 당시의 배경 등을 작성한 1페이지 분량의 소개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게임은 패키지 사진, 게임 스크린샷, 게임의 출시일, 사양, 저작권자 등 게임의 기본 정보와 함께, 해당 게임의 의의나 출시 당시의 배경 등을 작성한 1페이지 분량의 소개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칼럼. 당시 게임 시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불법 복제를 다룬 칼럼이 많은데 괜히 좀 씁쓸했습니다.
칼럼. 당시 게임 시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불법 복제를 다룬 칼럼이 많은데 괜히 좀 씁쓸했습니다.
개발자 인터뷰도 필견입니다.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개발자들의 PC 패키지 게임 개발 시절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개발자 인터뷰도 필견입니다.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개발자들의 PC 패키지 게임 개발 시절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본편 맨 뒤에는 94개 게임의 패키지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게임샵에 가서 직접 패키지를 집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인데,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게 대부분이었네요.
본편 맨 뒤에는 94개 게임의 패키지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게임샵에 가서 직접 패키지를 집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인데,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게 대부분이었네요.
여기서부터는 한정판 도록입니다. 120개 PC 패키지 게임의 패키지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한정판 도록입니다. 120개 PC 패키지 게임의 패키지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보아. 과거에는 게임의 주인공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보아. 과거에는 게임의 주인공이기도 했습니다.
패키지 사진을 출시 연도 별로 정리한 페이지. 일부 패키지는 측면도 나와 있고, 초기판과 후기판이 달라진 경우도 함께 기록하고 있습니다.
패키지 사진을 출시 연도 별로 정리한 페이지. 일부 패키지는 측면도 나와 있고, 초기판과 후기판이 달라진 경우도 함께 기록하고 있습니다.
맨 뒤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 국산 게임 목록이 실려 있습니다. 지금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 심의를 맡고 있죠.
맨 뒤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 국산 게임 목록이 실려 있습니다. 지금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 심의를 맡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어릴 적 게임잡지 번들이나 주얼 CD로 PC 패키지 게임을 접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 게임들이 원래 담겨 있었던 거대한 패키지 일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설레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구경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 이렇게 책의 형태로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여기에 당시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인터뷰와, 당시의 추억, 시장 상황 등을 정리한 칼럼도 굉장히 알찼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 한 권으로 한국 PC 패키지 게임의 역사를 모두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어디서도 알기 어려운 온라인 게임 이전의 한국 게임사를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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