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업G] 배틀로얄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이들, ‘디자드’를 만나다

2023-10-04     문의식 기자

최근 공개된 한국 게임사들의 신작을 보면 재미있는 경향이 보입니다. 쿼터뷰 시점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다인 대전 액션 게임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죠. 엔씨소프트의 신작 ‘배틀크러쉬’는 난투형 배틀로얄 게임을, 넥슨은 민트로켓을 통해 가속 이동을 강조한 팀 대전 액션게임 ‘프로젝트 TB’를 공개했습니다.

여기에 ‘D-Zard(디자드)’라는 신생 게임회사가 ‘아수라장’이라는 난투형 배틀로얄 게임으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21년 7월 엔씨소프트 출신 개발자들이 주축이 돼 창업한 디자드는 11월부터 아수라장 프로젝트의 개발을 시작, 23년 5월즈음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의 여러 모습을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3개 회사가 비슷한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게 재미있죠.

왼쪽부터 프로젝트 TB, 배틀크러쉬.
그리고 '아수라장'. 방향성이 비슷한 게임들이 차례대로 공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중 가장 신경 쓰였던 건 역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일견 배틀크러쉬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첫 공개 시점에서는 플레이 영상이 없어서 어떤 식으로 차별화를 한 게임인지도 알 수 없었거든요. 특히, 엔씨소프트 출신 개발자가 주축이 되었다는 디자드의 설립 배경과 첫 작품이 배틀크러쉬와 비슷해 보이는 게임이라는 점에서는 최근 이슈가 됐던 다크 앤 다커 사태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수라장’은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게임이었습니다. 시시각각 무너지는 전장, 적의 체력이 다 되었을 때 날아가는 연출 등은 비슷할지 몰라도, 핵심이 되는 액션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였거든요. 캐릭터들의 경쾌한 움직임과 격투게임이 떠오르는 콤보가 특히나 인상적이었는데, 뒤에서 보기만 해도 직접 해보고 싶어 손이 근질거릴 정도였습니다. 매일 재미있게 테스트 중이라는 디자드 개발자들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납득이 갔고요.

‘아수라장’을 어떤 게임으로 만들고 있는지, 디자드 김동현 대표를 비롯한 개발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디자드 김동현 대표.

카툰 렌더링 그래픽, 소년 만화 콘셉트의 캐릭터가 눈길을 끄는 ‘아수라장’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액션입니다.

모든 캐릭터가 각자 기본기, 특수기, 궁극기를 포함한 6개 카테고리의 공격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터널 리턴이나 LoL 같은 MOBA 게임의 스킬이 아닌 마치 격투게임의 공격 버튼 개념으로 작동하는 게 독특합니다. 예를 들어, 기본기 버튼은 하나지만 점프, 대시 등 캐릭터의 상태에 따라 다른 공격을 낼 수 있는 식이죠. 물론, 이런 다양한 공격을 활용해 지상 콤보부터 공중 콤보까지 적을 다양한 방식으로 몰아붙일 수도 있습니다. 덕분에 PC는 물론, 콘솔 게임 패드로도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죠.

그렇다고 해서 진지한 대전 격투 게임은 아닙니다. 먼저, 내부에서는 30프레임 단위로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있지만, 플레이어는 ‘상대 공격을 가드한 뒤에는 내가 더 유리한 상황에서 공격할 수 있다’, ‘잡기는 점프로 피할 수 있다’와 같은 기본적인 규칙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프레임을 외워야 할 필요는 없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으니 너무 어려운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접어도 좋을 듯합니다. 대전 격투 게임 특유의 손맛만 가져왔다고 봐도 될 거 같아요.

또, 여러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한 배틀로얄 장르인 만큼, 밸런싱에 있어서도 정확한 수치에 의한 조정보다는 플레이어들이 어떤 상황이든 대처가 가능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높은 단계의 무기 아이템 착용하더라도 적당 수준으로 성장한 캐릭터가 한 방에 죽지 않을 정도라는 식으로 대략적인 밸런스를 잡는 한편, 아무리 약해도 상대를 일방적으로 계속 때릴 수 있다면 굉장히 좋은 공격이 되는 액션 게임의 특색을 고려해 다양한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아수라장’은 우연한 만남, 다양한 상호작용 변수 등 배틀로얄 장르 고유의 재미를 살리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라져가는 바닥을 예로 들어봅시다.

엔씨소프트의 배틀 크러쉬도 동일한 메커니즘을 채용해 맨 마지막에는 아주 좁은 바닥을 두고 싸우는 형태가 되는데요, ‘아수라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마지막에는 바닥이 모두 사라져버립니다. 플레이어는 살아남기 위해 스태미나가 허락하는 한 계속 점프를 뛸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야 합니다. 마지막 바닥이 사라지기 전에 상대를 완전히 제압할지, 아니면 그전까지 상대보다 더 많은 스태미나를 온존할지를 생각해야 하죠.

물론, 상대의 계획을 읽고 그에 대응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됩니다. 스태미나를 온존하려는 상대에게는 날리기 공격을 맞혀 공중 낙법으로 스태미나 사용을 유도할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 플레이를 봤을 때도 바닥이 모두 사라진 채로 공중에서 공방을 펼치는 마지막 싸움이 꽤 이색적이었는데, e스포츠로 즐겨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보이는 액션과 함께 ‘아수라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바로 들리는 사운드입니다. 가장 중점을 둔 건 역시 ‘타격감’으로, 다른 게임에는 없는 고유의 소리를 들려주고자 여러 소품으로 직접 이런저런 소리를 만들어 쓰고 있다고 합니다. 1:1 게임이 아닌 여러 플레이어가 한데 얽혀 맞붙는 배틀로얄 게임인 만큼, 사운드 플레이를 위한 음성 정보 제공도 함께 신경 썼다고 합니다. 캐릭터가 항상 중심에 오는 게임인 만큼, 각각의 상황마다 중요도가 높은 사운드가 더 크게 들리도록 한 것이죠.

특히, 모든 공격, 스킬에서 나는 소리를 달리해 여러 플레이어가 뭉쳐서 싸워도 캐릭터마다 다른 소리가 나도록 했다고 합니다. 소리에 민감한 플레이어라면 소리만 듣고도 어떤 캐릭터가 어떤 공격을 하고 이게 맞았는지 막혔는지도 알 수 있는 셈이죠. 일종의 접근성 옵션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김동현 대표는 순수하게 액션 게임으로서의 퀄리티를 위한 결정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로 구분해 놨다면 서비스 중에 접근성 대응에도 나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참고로 배틀로얄 게임이면서 격투게임의 색이 강한 것은, 과거 KOF 배틀팀으로 활동했던 김동현 대표의 이력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또, 최근 KOF XV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라시드 강명구 선수도 디자드에 합류해 ‘아수라장’ 개발에 있어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격투게임을 좋아하고 깊게 즐겨온 이들이 모인 만큼, 배틀로얄 장르에서도 플레이어들이 납득할 만한 멋지고 재미있는 액션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아수라장’은 내년 상반기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PC 플랫폼으로 출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콘솔과 PC 모두 최적화된 조작감을 선보이기 위해 10월 말에는 FGT, 11월 말에는 CBT를 계획 중이라고 해요.

마지막으로 김동현 대표는 ‘트렌드’를 강조했습니다. 김동현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나와 디자드를 설립한 것도 차세대 트렌드에 맞는 게임의 기술과 재미를 찾고자 하는 목표를 바탕으로 둔 것이었으니까요. 또, 디자드에서 만드는 게임은 UI가 없더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독창성을 갖춘다는 목표도 있습니다.

디자드의 첫 게임인 ‘아수라장’은 그런 목표를 차근차근 이뤄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도 플레이 영상을 보면 디자드가 보여주고자 하는 ‘아수라장’이 무엇이었는지 확실히 뇌리에 남을 거라 자신합니다. 일단 저부터 그랬거든요. 게임을 직접 해볼 수 있는 10월 말 FGT가 정말 기대됩니다.